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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지뉴 2018. 12. 24. 17:25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우리 가족은 그런거 신경쓰고 살진 않았고 그 덕에 나도 세상 무덤덤한건 사람으로 자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크리스마스 리추얼은 크리스마스 캐롤의 재즈 편곡 버전(재알못이라 에반스나 에디 히긴스 걸로)을 틀어놓고 샤워 하는 것. 아무튼 남들 다 들떠 있을때 뒤늦게 오늘이 이브란걸 알았고. 혼자 뒤샹 전에 다녀왔다. 뒤샹은 뭐랄까...되게 영리한 사람이었단걸 새삼 확인했고. 메모해 둔 것도 많았는데 나중에 다 사진이랑 같이 보기 편하게 웹상으로 정리해 두고 싶다. 의미전복과 의미부여란 두 방식을 되게 능수능란하게 다루더라고. 그 중에 특히 흥미로웠던건 뒤샹이 언어를 다루는 방식과, 뒤샹의 아카이빙. 이건 관련 책이 있으면 좀 읽어보고 싶다.


날이 춥다. 요며칠 날이 좋았다고 과신해서 원피스에 덜렁 퍼코트 한장 걸치고 온 내 과실. 몸 덥히고 바닥친 에너지도 보충할 겸(전시회를 보면 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게 된다. 이번에도 전시 보면서 하품을 한 삼만번은 한 느낌...) 카페에 들러 오랜만에 핫초콜릿을 시켰다. 메뉴가 적어서 다른 델 갈걸 그랬나, 싶었는데 핫초코도 꽤 부드럽고. 무엇보다 꽃시장 겸 카페라 준 들국화 몇 송이에 뜻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이걸 꽂아둘 데가 있는진 몰라도, 집에 가면 생화 오래 보관하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집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제레미 아이언스의 금지된 사랑 필모인 <대미지>나 브래드 피트의 쿠소필모 <쿨월드>를 보고싶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핑계다.


뭐 하기엔 애매하게 졸린데 잠은 안 와서 빡친다 이래놓고 밤되면 기절잠 자겠지. 집 앞 칵테일 바라도 가고 싶은데 사람 바글바글할거 생각하면 질색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