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U0R5xriqzk
듣고 너무 좋아서 울 뻔한 오프닝 시퀀스 삽입곡



초반: 쟈근 대럼쥐 스테파니에게 불꽃 플러팅을 펼치는 션과 에밀리 부부 이야기
후반: 스릴러를 가장한 불꽃 배틀레즈

사실 스포 다 봤는데 스토리 설명한 텍스트 상으론 불호일줄 알았는데 연출이 되게 코믹해서 의외로 호였음. 폴 페이그는 나랑 꽤 잘 맞는다는걸 연거푸 확인하게 되는. 와중에 선곡센스 코디센스도 훌륭. 또 폴 페이그 영화에선 늘 페미니즘 코드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사들이 빠지지 않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미안해라고 하는건 여자들의 좆같은 버릇이야.” 션은 중심인물인 척 하다가도 결국 대결 구도에서 겉돌게 되고. 에밀리 vs 스테파니 이 구도가 핵심인데 이게 여적여가 아니라 그냥 인물(사람)대 사람의 대립으로, 심지어는 조금의 피카레스크나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까지 나서 꽤 좋았다. 거 봐 여자랑 여자가 대립한다고 여혐이 아니라니까...둘이 합심하고 에밀리의 죄를 션에게 뒤집어씌워도 좋았겠지만 에밀리 대 스테파니의 대결이 끝까지 이어진 것도 그런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근친이나 존속살해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나오는데 막 생각만큼 충격적이고 무겁게 다루어지진 않은 느낌.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도 청불 딱지를 먹겠지🤔

그나저나 스테파니 귀여워 크아악 쟈그마하고 똘망하고 얄망하고 쭙쭙 뽀뽀해주고 싶다 ㅠㅜㅠㅠ넘치는 소동물미에 안나 켄드릭 연기까지 상큼하고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사랑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했음. 사실 에밀리가 순진하고 어리버리한 캐릭터라 내가 대신 공감성 수치 만땅으로 먹을거라고 예상하긴 했는데 응 그거 클리셰에 절여진 내 뇌의 기우... 의외로 욕망에 솔직한데다가 결단력 좋고 이전까진 누굴 속일 일 없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 나름대로 에밀리한테 반격하려고( 물론 상대가 너무 막강했지만) 머리 굴리는 것까지 시쳇말로 빠릿빠릿한 캐릭터더라고.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에밀리는 <에덴의 동쪽>의 ‘캐시’ 를 단박에 떠올리게 했다. 아름답고 너무나도 비밀이 많고 제 욕망이나 보신을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어서, 타인의 삶에 걸어들어온 순간 모든 것을 바꿔버리고야 마는. 심지어 방화 부분까지 비슷해서 혹시 캐시가 에밀리의 모티브가 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했음. 그런 캐릭터의 외형을 수트로 꾸민건 소소하게 신선했던 부분. 보통은 팜파탈의 전형인 딱 붙는 실크 드레스 같은걸 입고 나왔을텐데. 암튼 그런 에밀리지만 아들을 사랑하고.(이것도 캐시와 마찬가진데?) 그 사랑으로 하여금 범죄도 저지르게 되지만 과거사나 이런 범죄 동기가 너무 동정심을 자극하도록 과잉되어 있지는 않았다.
뭐 나는 신그범처럼 플롯이 용서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니고서냐 뭐든 쉽게 납득해버려서 플롯 구멍을 딱히 지적할 순 없고. 그냥 에밀리와 스테파니라는 캐릭터를 잘 그린 것에 대한 칭찬만큼은 해 주고 싶다. 보는 순간만큼은 즐거움. 그리고 키스신만큼으로 이 영화는 가치가 있거든요. 그리고 마티니 먹어보고 싶다. 조만간 집 앞 칵테일바 가게 될듯.